회사 일로 네덜란드에 출장 나온지 일주일이 되었네요. 계획이 다소 유동적인데 3뤌 25일 까지 있어야 할 것 같군요. 회사 일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만큼은 하지만 오면서 세웠던 몇가지 개인적인 계획들은 혼돈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습니다. 

출장 나오면 늘 그랬지만 자리가 잡힐 때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죠. 예전에 기수련 할 때는 '氣運을 잡는다'란 표현을 썼는데... 그런 표현 속에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아직 感이 잘 안옵니다.

질서를 좀 잡을 생각으로 功을 들여 블로그에 글을 올려 봅니다. 2002년에 영국에 5개월간 머물면서 '영국일기'란 제목으로 글을 써서 양희은님 홈페이지, 느티나무 언덕의 아줌마 게시판에 올렸는데 당시는 글을 읽어 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아줌마들이 큰 힘이 되었으며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습니다.
 
여기는 네덜란드 북쪽의 그로닝엔(Groningen)이라는 인구 20만(택시기사 추산) 정도의 도시 입니다. 이곳 날씨는 찌푸린 날이 많고 바람이 불고 비도 좀 오고 주말에 해가 나면서 청명한 하늘을 잠시 볼 수 있었습니다. 기온은 우리 나라 수도권하고 비슷하거나 좀 더 춥거나... 작업장은 시내에서 4-50 킬로 마을과 들판을 지나 가야 합니다. 


네덜란드 일기가 될지 그냥 블로그 포스팅이 될지 ...


대흠.
신고

'사노라면 > 네덜란드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덜란드에서... (4)  (0) 2009.04.06
네덜란드에서... (3)  (0) 2009.03.23
네덜란드에서... (2)  (0) 2009.03.10
네덜란드에서...(1)  (0) 2009.03.08
Posted by 대흠

별 쓸거리도 없었지만 그래도 始와 終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아서...^^

영국에서 보고 배워야 할 게 많을텐네
우리가 좀 닮았으면 하는 간단한 것 딱  두가지만 ...

하나는 운전할 때,
우리는 상향등을 번쩍번쩍하면 '내가 먼저 갈테니 기다려라' 혹은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빨리 꺼져 !' 란 뜻으로 쓰는데 반해 저들은 '당신이 먼저 가십시오'란 뜻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영국 다녀와서 딱 한번 그걸 양보의 표시로 사용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그저께는 차가 끼어들라 하기에 실험적으로 상향등을 번쩍거려 들어오라 했는데 들어오려다가 다시 빠지더군요.

방송국 같은데서 켐페인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방송국에 종사하시는 분 계시면 생각해 보시죠.

두번째는,
수퍼마켓의 카운터, 영국도 우리처럼 아줌마들의 일거리인데 종종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애들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긴 전부 앉아서 일을 합니다.  반면 우리는 카운터에 아줌마들이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합니다. 영국처럼 하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아님 종업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건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아줌마들,
나가 돈벌라 집에서 애들 뒷바라지에 살림할라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 (느티나무 아줌마들한테 아부는 하는 것 아님^^)  더구나 우리나라 남자들 맞벌이 해도 집안일은 분담하지 않는사람들이 많다면서요 ? (저는 직접 조사해 본적이 없어서...)

아줌마가 살아야 세상이 좋아진다고 볼 때 아줌마들을 이렇게 착취해서야...

혹시 희은누님이 이 글을 보시면 방송에서 위 두가지만이라도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을 해 보심이 어떨지요...

앞으로 단희님의 아르헨티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질 것이고 아울러 평호님이 그간 꼬불쳐 둔 보따리를 풀고 계시니 볼거리가 풍성할 것입니다.

그동안 제 글에 마우스 클릭하시고 읽어주시고 힘도 불어 넣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올립니다.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영국일기를 쓰면서 영국인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영국사람들 섭섭해 하겠죠 ^^.

영국인은 누군가 ?
이걸 설명하자니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  
이렇게 말하면 저런 것 같고 저렇게 말하면 이렇고 ...
말이란 소통을 하는데 있어 적절한 수단이 안될 경우가 많죠.
말로 가둬두기 보다는 영국인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게 여러 사람 속이 편할 것 같아서...

관조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팅.
생긴 걸로 보나 노래로 보나 영국인의 Best Example 입니다.

경희님등 본토 사시는 분들의 번역교정이 좀 필요할 듯... ^^

Englishman in New York    

I don't drink coffee I take tea my dear
난 커피 대신 차를 마시지.
I like my toast done on the side
토스트를 곁들여서 말이야...
And you can hear it in my accent when I talk
그리고 내가 말을 할 땐 (너희들과는 다른) 나의 억양이 있지.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난 뉴욕의 영국이거든.
See me walking down Fifth Avenue
5 번가를 걷고있는 날 봐바.
A walking cane here at my side
옆에 지팡이를 끼고 있는 날...
I take it everywhere I walk
어딜 걷든 난 그 놈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네.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거든...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난 이방인이야.
합법적인 이방인.
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란 말야...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난 외계인이야.
합법적인 외계인.
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란 말이야.

If "manners maketh man" as someone said
Then he's the hero of the day
누군가가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고 말하면
그는 그날의 영웅이라 할 수 있지.

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무시를 견뎌내고 웃을 수 있는 게 남자란 말일세.
누가 뭐라하든 소신 껏 살게나.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난 외계인이야.
합법적인 외계인.
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란 말이야.

Modesty, propriety can lead to notoriety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굴다가는 나쁜 소릴 들을 수 있지.

You could end up as the only one
결국엔 별종으로 끝장날 수 있단 말일세.

Gentleness, sobriety are rare in this society
온화함,진지함 같은 건 이곳에선 찾아보기 어렵지.

At night a candle's brighter than the sun
밤에 촛불은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난다네.

Takes more than combat gear to make a man
남자를 만들려면 전투도구 이상의 것을 갖추어야 하지.

Takes more than license for a gun
총를 위해서는 라이센스보다 더 한 무언가가 필요할거야.

Confront your enemies, avoid them when you can
적들을 만나면 피할 수 있는 한 피해야 돼.

A gentleman will walk but never run
신사란 결코 뛰는 법이 없다네.

If "manners maketh man" as someone said
Then he's the hero of the day
누군가가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고 말하면
그는 그날의 영웅이라 할 수 있지.

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무시를 견뎌내고 웃을 수 있는 게 남자란 말일세.
누가 뭐라하든 소신껏 살게나.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신고
Posted by 대흠

어제 회사에서 책보다가 갑자기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에 대해 잠시생각해 봤다.

우리가 아무리 지난번 월드컵 때 코리아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렸고 메모리,LCD 생산 세계 1위, 자동차생산 5위 그리고 세계 12,3위의 무역대국이라고 해봤자 그런 수치는 내가 여기서 느끼는 한국의 위상과는 별 관련이 없는 듯 하다.

인터넷으로 BBC 뉴스를 듣다보면 아랍인들이 나와 말을 많이 하는데 서방세계와는 근본도 다르고 특히 미국,영국과는 적성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나름대로의 억양과 발음으로 영어는 유창하게 구사한다.

눈을 감고 지구를 한바퀴 돌아보니 싱가폴,홍콩,말레이지아,인도,태국까지 영어가 안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중동,아프리카까지 ...

지구상의 오직 세 나라, 한국,일본 그리고 중국 만이 영어가 거의 안되는 나라인 것 같다. 이중 일본은 지금은 죽을 쑤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2위의 경제 대국이며 소니,도요다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이미 가까운 미래의 경제대국으로 전세계가 알아주고 있으며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에 많은 서방 선진국들이 관심을 쏟고 있는 나라다.

결국 영어가 잘 안되는 세 나라중 한국만이 남는데 뭔가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게 뭔가 ?

BBC 인터넷 사이트에 보면 세계 각국어로 번역된 뉴스기사에베트남어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제3세계 언어들이 다 있는데 한국어와 일본어만 없다.  일본어가 없는 건 뭔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되는 데 반해  한국어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피해의식 같은게 생긴다.

물론 한국인이 이 지구상에 그렇게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걸 볼 때마다 한국인이 이 지구상에서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한국의 문화와 정신의 진수를 조금 안다고 할 수 있는 나로서는 이 점이 늘 아쉽다.

세상의 사물을 크게 나누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상호보완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공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해 건물이나 인간이 존재가 가능한 것 처럼...

서양은 보이는 것 중심의 문명이고 동양의 정신문명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기반하고 있다.

그중 가장 보이지 않는 정신적 유산을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오래 전에 서양인들이 우리나라를 '은자의 나라' 라고 표현한 것이 아마 아직까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찬란하다는 반만년의 역사에 비해 그걸 증명해 보이는 유적이나 유물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영국은 나라 전체가 유적지라 할 만큼 모든 것이 잘 보존되어 있다. 보통의 집이나 건물들도 수백년 된 게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우리의 위대한 유산을 갖고 있다. 이걸 눈에 보이는 것만 알고 관심이 있는 서양인들이 알 수 가 있을까 ? 하긴 우리 자신도 모르는데...

그러나 분명 그 소중한 보물은 우리 모두의 핏속에, 맥박속에, 뇌리에 고고히 살아 숨쉬고 있다. 단지 느끼지 못할 뿐...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모두가 그걸 알게 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  아니면 끝끝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남아 보이는 것들을 지지하고 있을지...

2002.11.01

PS. 봉우 권태훈옹에 따르면 일제치하에 일본인들이 우리 상고사의 비밀이 담긴 수십만권의 책들을 불살러 버렸다고 합니다. 우리의 위대한 역사와 정신문화가 고스란히 사라져 버린 것이죠.

사쿠마상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는 말없이 듣고만 있더군요. 아마 그의 맘 속에 우리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런 이야기 뒤에는 꼭 '일본과 한국은 같은 동이족으로서 한 핏줄이다'란 얘길 덧붙이곤 하죠.

*^^*---------------------------------------------------
어제 그동안 사용하던 셀라론 300짜리 컴을 펜티엄4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전에는 인터넷 하면서 MP3 들으면 CPU가 딸려서 노래가 끊어지곤 했는데 그게 없으니 좋네요.
영국에서 캠코더에 담아온 동영상을 편집을 해보려 하는데 생각대로 실천이 될지는 가봐야 알것 같네요. 제 맘이 워낙 변화무쌍해서 ... ^^  제가 못하면 이번에 중학교 들어가는 딸래미에게 시키려 합니다. 포토샵등을 혼자 배워 하는데 꽤 잘 해요.

한때 무지하게 좋아했던 레너드 코헨 노랠 듣고 있습니다. 지금 제니퍼 원스와 함께 부른 'John of Arc(잔다르크)'가 흘러 나오는 군요.  LP에 담긴 오리지날을 제일 좋아 하는데 이건 인터넷 어딜 뒤져도 MP3로 된게 없네요. 제가 갖고 있는 LP에 이 곡이 있는데 턴테이블이 망가진 이후로 한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배영순님 이 노래 함 올려 주실래요 ?
레너드 코헨의 그 깊고 신비한 목소리를 느티나무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영국일기 쓴지가 한달도 넘은 것 같은데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가깝게는 어제 그제 주말에 그 유명한 대학이 있는 옥스포드와 캠브리지를 다녀 왔는데 토요일 날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위성추적장치가 있는 사쿠마상의 차를 빌려 토요일 먼저 간 곳을 히드로 공항. 다음달(12월) 20일경 큰애 중학교 진학 문제 등으로 와이프가 애들 데리고 돌아가겠다고 한다.  내가 공항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데 헤매이면 곤란할 것 같아 공항이랑 주차장이랑 위치파악을 위해 예행연습을 했다.

공항까지 1시간 거기서 옥스포드까지 1시간 두 시간 정도 달려서 옥스포드에 도착한 다음 길 옆에 차를 대고 담배 한대 피우면서 길을 물어 보려는데 앞바퀴를 보니 펑크(영어로 flat이라 한다. 얼마전엔 밧데리가 flat되었는데)가 나 있는 게 아닌가. 아이고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네... 한국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펑크를 여기서 겪다니. 옥스포드가 아니라 자동차 정비소를 찾는 게 급해졌다. 길 가는 아이한테 물으니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정비소(garage)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물어 물어 펑크가 나 덜덜거리는 차를 몰고 정비소에 차를 맡겼는데 손님이 많아 3시간이나 걸렸다.

정비가 끝나고 나니 날은 이미 저물어(겨울엔 4시면 컴컴해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옥스포드 대학 구경은 해야할 것 같아 차타고 한바퀴 돌다가 으슥한데 불법주차를 했다.
(여기는 동전을 넣고 주차권을 뽑아 차에 붙여야 하는데 동전이 없어서...)

보기에도 영민하게 생긴 옥스포드 대학생들 무리를 뚫고 대학 앞으로 가는데 비가 오는게 아닌가 (여기 겨울 날씨는 정말 며느리도 모른다.) 할 수 없이 차로 가서 집으로 가는데 와이프가 런던의 한국인 타운(한국 가게들이 많음.)이 있는 뉴몰든에 가보자 그런다. 난 그냥 집에 가고 싶었지만 언제 또 와이프의 한을 풀어주겠냐 싶어 가기로 했다.

속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내색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와이프는 속을 읽은 것 같다. 내 눈치 보는라 혼났다고 와이프가 나중에 불평을 하더군. 한국에서 같은면 며칠 삐질 일이었는데 다행히 그냥 넘어갔다.

그리하여 위성추적장치(GPS)에서 런던 그리고 뉴몰든을 찾는데 거리가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옆동네를 입력하고 가서 찾아 보기로 했는데 ....  런던의 밤거리 그것도 다운타운을 차로 간다는 게 잘 믿어지지가 않았다. GPS만 있으면 한밤중 폭우가 쏟아지는 지구 어느 한 구석에 있어도 걱정이 없다.

어느 신호등에서다. 신호가 바뀌는데 서기도 그렇고 해서 잽싸게 지나서 가는데 뒤에 앰블란스 소리를 내며 차가 따라 온다.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런데 이 차가 안가고 내 뒤를 따라오는게 아닌가 ...경찰차였다. 차를 세우고 나갔다 나를 보더니 영어할 줄 아냐고 묻는다.그러면서 아까 신호등에서 빨간불이었는데 왜 지나 갔냐고 묻는다.
I could not stop. 설 수 가 없었다. (말이 좀 된다.) 한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그러더니 차 뒷좌석을 보고 갑자기 와이프가 영어 할 줄 아냐고 묻는다. 못한다고 했더니 나한테 설명을 한다. 애들 셋이 안전띠를 착용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은 시내에서도 안전띠를 매야 함.) 특히 막내가 가운데 있는데 급정거를 하면 애가 총알처럼 앞유리창으로 날아가 부딪혀 죽을 것이라 한다. (나도 넘 잘 아는 건데.. 늘 막내한테 주의를 주는데...)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기면 너는 나쁜 아빠가 될 것이라 한다. 그때 내 머리속의 기억은 얼마전 택시 탔을 때 기사 말이 떠올렸다. 뒷좌석의 가족도 안전띠를 매야하며 걸리면 벌금을 자기가 문다던가. ..하는데 액수가 엄청났던 걸로 기억한다.  아~ 이제 꼼짝없이 거금을 영국정부에 헌납하는구나 체념하며 이제 내가 뭘 해야하냐고 경찰친구에게 물었다. 이 친구 차에 타며 딱지를 끊으려 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조심해서 잘 가라며 가버린다.

기분이 참 묘했다. 자존심도 상했거니와 한편으론 젊은 경찰이 참 괜찮구나 하는 고마운 생각도 든다. 아마도 이 친구는 와이프가 영어를 했다면 와이프한테 그런 위험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마들이 더 세심하게 아이들 생각을 많이 할테니..그러한 배려도 참 고맙게 느껴지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어쩌면 오늘 소식은 그 젊은 경찰에 대한 고마움과 칭찬을 위한 것이다.)

그런 사건을 치루고 뉴몰든을 찾아 가는데 도무지 찾을 수 도 없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은 캠브리지로 향했다. 런던 북쪽으로 50마일(80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데 (옥스포드는 런던 북서쪽에 위치) 고속도로(모토웨이)를 빠져 나오니 Park & Drive,란 푯말이 보인다. 영국은 좀 유명한 관광지는 주차하기가 까다롭다. 한눈에 여기다 주차하고 버스로 관광하라는 것 같아서 그리로 갔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왕복 1.4파운드 (애들은 무료)짜리 왕복 티켓을 끊고 이층버스를 탔다. 캠브리지에 각 단과대학이 34개가 있다는 건 인터넷을 통해 봤다.  그런데 다 볼 수 는 없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아줌마한테 물어서 Main college가 있는 곳에 내렸다. 작은 도시인데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또 하나의 사건은 쇼핑거리에서 일어났는데 거긴 차가 쇼핑거리 한 가운데로 지나 다닌다.  가족이 앞서가고 내가 뒤따라가는데 우리 4살짜리 아들이 아빠를 보더니 막 달려오는데 차가 바로 달려 오고 있었다. 순간 와이프가 비명를 지르고 다행가 차가 한 두걸을 정도 앞서서 지나갔다. 운전사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우리 막내는 아빠가 자기를 혼낸 줄 알고 삐져서 애 달래는데 또 한참 걸렸다. (독사진 3장 찍어주고 화해함.)

암튼 가장은 이래저래 참 고달프다.

지나가는 학생한테 메인칼리지가 어디냐고 했더니 그런 건 없고 캐브리지시 내에 34개의 단과 대학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우린 관광객이니 좋은 데 하나 알려 달라고 했고 그 친구들 King's College를 소개해주고 멋진 곳이라며 자랑섞인 듯 우쭐한다.

킹스칼리지는 의약 쪽으로 유명한 대학이라고 한다. (그날 저녁 집에 식사하러 온 인도 청년 나빈이 그럼..)
학교 구경을 잘하고 학교 앞 작은 거리의 가게에 들러 구경하러 와이프와 애들이 들어간 사이에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 기다리는데 가게 앞에 행색이 남루한 차림의 젊은이가 '빅이슈'라 소리내면서 무슨 잡지 같은 걸 파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잠시 후 학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그에게 보온병에 든 따뜻한 커피와 자기들이 먹으려고 산 것으로 보이는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에 우유까지 친절하게 따라 주는 것을 지켜봤다. 아마도 이 친구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서 있는 걸 보고 이 맘 착한 남녀 학생이 자길들 음식을 나누어 준 것 같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고 나서 남학생은 그에게 뭔가 유쾌하게 얘기를 한 뒤 갔다.

아름다운 한쌍의 젊은이들은 봤던 것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참 감동적이었다.

나도 호기심이 생겨 그 친구한테 다가가서 들고 있는게 무어냐고 물었다.잡지였다. 노란 표지를 덧붙인 잡지였는데 검은 손글씨로 쓰인 Rock band인 'Radiohead'란 글씨도 보이고 앞에 CD가 한장 붙어 있었다. 뭐 했더니 음악CD라 한다. 1.2파운드 하는 걸로 봐서는 불법 음반 같은데... 2파운드를 주고 잔돈을 받기가 머쓱해서 내가 잔돈을 안받아도 돼냐고 좀 이상한 질문을 했더니 고맙다고 하면 잡지를 건네준다. 도음을 준다 하기에 넘 적은 돈이고 이 친구도 무슨 본격적인 거지도 아니라...

옥스포드보다 캠브리지가 더 아기자기하고 볼 거리가 많은 동네인 것 같다.아직도 눈에 선한 건 캠브리지의 작은 거리를 활보하거나 떼를 지어 자전거를 타고 내 달리는 캠브리지 대학생들. 그들의 모습에서 활력, 검소함,소박함,순수함... 그런 것들을 느꼈다. 앞으로 일,이십년 후에는 이들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 가겠지...

어떤 이름난 관광지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느낌이었다.

시간이 좀 있었으면 글을 다듬어 작문 능력의 한계를 떠나서 나의 이 느낌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담아보고 싶었는데...

벌써 여기 시간으로 7시48분... 된장국해 놓고 기다리는 식구들한데로 ...


2002.11.26

*^^*------------------------------------------------

종규님이 미국이야기가 끝나니 웬지 제가 좀 부담스럽네요.
그동안 미국이야기 뒤에 숨어서 글을 올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는데 제가 전면으로 나섬에 따라 느티나무 식구들의 기대감은 몽땅 제 어깨로 옮겨온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남은 이야기가 몇개 없습니다.
재미있는 얘기들을 많이 가지고 올 걸 하는 아쉬움도 드네요.
한 몸 지탱하는데 허덕이다 온 것 같기도 하고... ^^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글 몇줄 쓰는 것도 창작이라 뭔가 고이지 않으면 퍼낼 게 없죠. 요즘 내가 그렇습니다. 
가족들이 온 이후로 감상의 샘물이 마음의 우물에 고이지 않고 어디론가 다 새어 나간 느낌입니다.
역시 창작이란 잘 하든 못하든 마음의 배가 고파야 되는 것 같군요.  
와이프가 해주는 밥과 된장국에 배가 부르니 아무 생각이 없네요.

지난주 토요일은 식구들과 함께 차를 몰고 브라이튼에 갔습니다.
영국의 남쪽에 위치한 해안도시로 유흥지(유흥가 보다는 건전한 의미로)로 많이 알려져 런던에서도 이리로 놀러 온다고 하는군요. 회사 직원의 소개로 이곳에 있는 오뚜기 수퍼라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 갔습니다. 그날은 주인이 중국으로 출장을 가서 만나진 못하고 된장,고추장 ,쌀등 우리 음식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브라이튼에는 한국 어학 연수생이 좀 있다고 합니다.

일요일은 주박사(회사 직원) 따라서 영국여왕이 제일 좋아한다고 하던가 하는 윈저성(Windsor Castle)에 갔습니다. 가족용(4인) 입장료로 30 파운드를 내고 들어가서 성안의 화려한 내부와 골동품들을 구경했는데 애들은 별 관심이 없고 제 아내만이 열심히 구경을 하더군요. 나는 역사나 유적등에는 본디 취미가 없어서 별 인상깊은 게 없었고 단지 이거 만드느라 고생한 백성들 생각이 나더군요. 그리고 그런 호사를 누리는 왕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진정 백성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이런 호사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만 잠시 생각했습니다.

영어실력이 많이 좋아질 거란 기대와 달리 점점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앉아서 책보고 컴퓨터 화면 들여다 보고 하니 말이 늘리가 있나요 ? 거기다가 영어가 서툰 사쿠마상과 주로 얘기를 나누니 영어가 하향 평준화 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귀라도 뚫고(귀걸이가 아님^^) 돌아가잔 생각에 TV를 항상 켜놓고 집중하려 합니다. 이제 한달 반이 가고 한달 반이 남았는데 얼른 가고 싶습니다.

한국시간으로 7시34분이군요. 딸래미가 사용하는 노트북은 한국시간에 맞춰져 있거든요. 이제 귀 좀 뚫다가 자야겠네요.

2002.10.17

*^^*--------------------------------------------------
가족들과 방학동 아버지댁에 와 있습니다.

명절엔 늘 그렇지만 음식과 TV로
몸과 정신을 둔하디 둔하게 만듭니다.

어쩌면 스트레스를 잘 받는 제겐 좋은 휴식일지도 모르죠.

잠시 생각의 엔진을 끄고
센서의 감도를 낮춰서
저급한 정보만 허용한 채 멍하게 사는 것
머릴 비우는 거죠 ...

느티나무 언덕 친구들,
새해엔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 지길 빕니다.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식구들은 잠들고 지금은 글을 올릴 마음은 아닌데 연재를 하다보니 의무감 비슷한 게 발동하네요.

가족들과 이곳 영국에 살림을 차린 지가 일주일이 다 되어 갑니다. 외로움이 사라진 대신 다른 사소한 걱정거리들이 생기네요. 별 것들은 아니지만...

하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큰 애의 지루함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은근히 신경이 쓰입니다. 쓰지않는 노트북을 회사에서 빌려와 인터넷으로 친구들과 채팅을 하긴 하지만 하루가 아마 무척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합니다. 천안에 있으면 학교갔다 돌아 와서 컴가지고 좀 놀다 학원가고 밤이 늦어서야 집에 오는 바쁜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조용한 영국의 시골 동네에 친구도 없이 동생들이 있긴 하지만 하루종일 얼마나 지겹겠습니까 ?

그래서 딸 아이에게 '여기 놀러 온게 아니라 여러가지 배우러 온 거야. 이런 지루한 생활을 참아내는 것도 중요한 거란다.'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딸아이도 금촉(禁觸)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죠.

반면에 막내(4살)와 둘째 딸(8살)은 여기 온 걸 무척 좋아합니다. 집이 2층이라 신기한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하루종일 잘 노네요. 막내는 집에 갈때 계단을 갖고 가자고 합니다 ^^.

여기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브라이튼이란 남쪽 해안도시에 직장동료가 머물고 있는데 그저께는 거기에 있는 한국 수퍼에서 김치,우리 쌀,된장,깻잎,참기름,간장,만두등을 사왔습니다. 신김치에 흰쌀밥만 먹어도 어떤 고급 요리 부럽지 않습니다. 호박에 풋고추 그리고 공장에서 나온 된장을 풀어 끊인 된장국도 좋고요. 이제 배가 슬슬 다시 나오려 하는 것 같네요.

이번주 일요일은 브라이튼의 동료와 우리 가족이 윈저성이란 곳으로 놀러갑니다. 김밥 싸가지고서... 우리 가족들이나 저나 한 주간의 묵은 상념들을 털어내고 좋은 시간을 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제 회사의 차장 한사람이 본의 아니게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전직원들한테 메일을 띄웠는데 첨부된 시가 가슴에 와 닿네요.

- 성 공 - 랄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알며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평의 정원을 가꾸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게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2002.10.12

*^^*------------------------------------------------
어제는 임원중 한 분이 회사를 떠나 송별식에 참석했습니다. 1차가 끝나고 2차는 맥주집, 그런데 젊은 직원들이 바람을 잡아 3차로 나이트클럽까지 갔습니다.

5개월 만에 돌아온 천안은 또 여기저기가 변해 있더군요. 한적했던 곳인데 거기 나이트 클럽이 들어서며 그에 죽이 맞는 여러가지 시설들(여관,포장마차등등)이 들어서고 있네요.  

여러 해 전에는 영국의 IT Manager 아닐 파텔이 일년에 한번 정도 천안을 방문하곤 했는데 올때마다 바뀌는 도시를 보며 놀랍 다고 하더군요.  영국같은 선진국은 이미 모든 게 안정이 되어 거의 변화가 없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으면서 급격한 변화에 익숙한 저로서는 그 친구의 놀라움이란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함도 생깁니다.

2차만 하고 집에 가려했는데 잘 아시다시피 우리 사회에서 그게 쉽지 않지요.  아무튼 오랜만에 지극히 한국적인(?) 놀이문화의 맛을 봤습니다.

춤맹이지만  적당히 취한 상태에서 나이트 클럽의 라이브밴드의 연주를 감상하고  현란한 싸이키 조명아래 춤추는 남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단지 제일 싫은 건 같이 간 사람들이 그런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 것.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어젯밤 9시30분이 지나니 출구에 와이프랑 세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혹시 안나오면 어떻하나 긴장하고 있었는데 홍콩공항에서 갈아타는게 인터넷에서 본 그림보다 복잡했었다고 하네요. 인천에서 홍콩까지 3시간 반. 홍콩에서 런던까지 13시간 오랜 시간의 여행에도 불구하고 애들은 기내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면서 신이 나 있었습니다. 아내는 기내에서 거의 잠을 못자 두통이 있다고 하면서도 역시 첫 해외 여행의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2주간 얼마나 염려를 하며 지냈던가. 영어가 안되는 가족이 홍콩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우리 가족의 여행을 위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는데 집에서 천안 터미날까지 차로 바래다 준 다인이 엄마, 여행가방을 빌려준 원우 엄마 그리고 인천공항까지 바래다 준 서울 사는 동서. 홍콩에서 비행기 갈아타는 길을 안내해 준 여행사 직원. 런던 히드로 공항 출구까지 안내해 준 영국인 여행사 직원, 그리고 길을 모르는 나를 위해 토요일 늦은 밤까지 차를 운전해 준 주박사(근처에 파견 나온 직원)등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일요일은 오전에 수퍼스토어에 가서 먹을 것을 사고 백화점들러 생활용품을 샀습니다. 지금 가족들은 시차와 오랜 여행의 피로로 인해 깊은 잠에 빠져 있구요.

앞으로 일기가 잘 이어질 지 모르겠네요. 또 이렇게 모이니까 혼자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구.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글도 뭔가 부족할 때나 외롭고 마음에 번민이 있을 때 잘 나오는 법인데 이렇게 가족까지 합류한 지금 그런 헝그리 정신이 날 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좀 멍한 상태입니다. 여기가 어딘지 나의 가족이 여기에 함께 있을 수 있는 건지 잘 믿어지지가 않네요. ^^


2002.10.07

*^^*---------------------------------------------------
그저께 금요일밤에 영국에서 돌아왔습니다.
몽롱한 정신으로 주말을 보내고 덜깬 몸과 마음으로 회사를 다녀왔습니다.

영국일기를 마무리하고 끝내려고 맘 먹었다가 느티나무에 하고 싶은 얘기 두어가지에 미련이 남아 얘길 그냥 계속합니다.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오늘 낮에 카운티 몰(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식구들이 쓸 침구(bedding)를 샀습니다. 그리고 퇴근후엔 수퍼스토어(Superstore)에 들러 오렌지,토마토,사과등의 과일과 야채,드레싱등도 샀습니다. 도착 다음 날 시차적응이 안되는 가족들의 아침을 해결하니까요.

지난 20일 동안 진공청소기로 한번 밀은 거외엔 청소를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수건을 걸레삼아 나무바닥으로 된 방만 걸레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는 러그(Rug)를 깔고. 이 러그란 놈은 마로 만든 것 같은데 가마떼기 보다 많이 촘촘하고 카페트보다는 성긴 놈입니다. 여기다 애들 이불,베게 등을 사서 까니 좀 좁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지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 서울에 사는 동서와 전화를 했습니다. 잠실 신천에서 DVD방을 하는데 요즘 경기가 아주 나쁘다고 그러네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랍니다. 우리 회사도 주로 반도체로 먹고 사는데 경기가 쉽사리 호전되지 않네요. 구조조정 얘기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고요. 인터넷 신문을 보니까 IMF가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그런데다가 정치판을 보고있자면 답답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땅에서 정치하는 사람들 정말 막 가는 사람들입니다. 파렴치하고 몰염치하고 ... 막가파가 따로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에 익명의 독자들이 달아 놓은 꼬리를 읽었습니다. 말도 많고 누가 맞는 건지 모를 온갖 설들이 횡행하더군요. 글을 풀어가는 솜씨나 논리로 볼 때 함부로 거짓을 유포할 사람들은 아닐 것 같은데 그 글들을 다 사실이라 하면 정말 믿을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보여주는 것과 실제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그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혼란스럽기 까지 합니다.

하긴 세상살다 보면 별의 별 놈들이 다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렇듯 세상은 어지럽고 그래도 우린 그 어지러운 가운데서 삶을 꾸려가야 하니 참 사는게 뭔가 싶네요.

오늘 밤도 백열등불 아래 땅콩에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습니다.

조동진의 '항해'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고난의 밤은 지나고
새벽 찬바람 불어와 우리의 텅빈 가슴으로

이제 더 찾을 것도 없는 방황의 날은 끝나고
아침 파도는 밀려와 발 아래 하얀 거품으로

끝없는 허무의 바다 춤추는 설움의 깃발
모든 걸 바람처럼 우리 가슴에 안으니
오랜 항해 끝에 찾은 상처입은 우리의 자유...

2003년10월7일.

*- .-*-----------------------------------------------
의무감에 가까운 맘으로 올립니다.
초은로사님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하니 영 기분이 안납니다.

위의 조동진의 항해에서 제가 좋아하는 구절중 하나가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고난의 밤은 지나고...'

그렇게 고난의 밤은 지나고 모든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부디  평화가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얘기에, 넋두리에 귀를 기울여 준다는 것으로 글을 써나갈 충분한 힘이 된다.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 찍히는 되는 여러가지 사소하고도 작은 사건들이 있다. 이런 사건들을 단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면 일기가 되고 수필이 된다. 그런데 그걸 그 다음날 새벽에 쓰려하니 잘 기억도 나지 않을 뿐 더러 기억이 난다 하더라고 느낌은 어디로 다 증발해 버리고 신문의 사건소식과 같이 무미건조한 기록이 되버리고 만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영감이 떠오를 때 틈틈히 메모를 한다고 한다.

하루중 불쑥불쑥 앞으로 지나가야 할 오랜(적어도 내겐 그렇게 느껴짐.) 시간의 터널을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힐 듯 하다. '풍경', '거울'등으로 유명해진 동자승 그리는 원성스님의 글중에는 어머니를 그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고등학생일 때 자식을 출가 시킨(자신도 후에 출가를 했음.) 극성(? 이렇게 하면 욕되지.. 실은 이분은 뭘 아는 분 같다.) 어머니가 그리워 깊은 산사의 한밤중에 산에 올라가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 이것도 금촉수련이다. 또 하바드 출신 스님으로 유명한 현각은 그의 책 만행에서 구도자의 길에 뜻을 두고 스스로와의 갈등 끝에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과 연을 끊는다. 그야말로 생이별을 한 것이다. 그의 결정은 구도의 열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이별 뒤에 분명 그에게 큰 고통 따랐을 것이다. 이것도 금촉이다.

벌써(?) 온지 열흘이 지났구나. 10일이 세개 모이면 한달, 석달이니까 3곱하면 10일이 아홉번 되면 석달이 지나 가는 것이구나....  이제 9분의 1 지났네.... ㅠㅠ

어제부터 이곳 생활에 한단계 더 깊이 적응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도 많이 유창해졌다. 모든 것은 머릿 속 어딘가에 있다. 10여년간 익힌 단어와 표현 그리고 그것들을 엮어주는 문법등 모든 재료는 이미 가지고 있다. 예전에 영어회화 배울 때 단어 500개만 알면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맞는 말이다. 이제 영어가 유창해지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내 머릿 속의 영어엔진을 활성화(Activate) 시키는 것이다. 잘 아시다시피 이걸 위해서는 틀려도 좋으니 주저함이 없이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영어엔진에 열이 오르면 내장된 재료들은 자연스럽게 말로 엮이고 나의 혀끝으로 입술로 전달이 되어 조화로운 음의 파장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율동이고 율려라 할 수 있다. 영어 엔진이 식지 않도록 노력할 것...

어제는 점심때 나빈(Java programmer인 인도청년), 사쿠마상과 함께 피자헛에 가서 피자를 먹었다. 부페형 피자인데 5파운드(약 9천원)면 여러가지의 피자와 샐러드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콜라는 따로 돈을 받는다. 사쿠마상은 은행에 돈 찾으로 먼저 일어나고 나빈과 나는 변화와 일과 사람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서로 많은 공감대가 있음을 확인했다. 자신이 있는 미국 조직의 사람들(IT)은 자신의 울타리를 잘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들면 10년째 RPG(IBM AS/400의 program 언어) 프로그램만 하고 있다든지... 조직은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다른 말로 SAP이 정착되면 그들은 떠나야 한다. 그러면서 나빈은 네가 여기올 수 있었다는 것은 그룹이 너를 버리지 않고 선택한 것이다 라고 말했다. 나도 알고 있는 얘기지만 이 친구 상황을 보는 눈이 단순 명쾌한 것 같다. 그리고 영리하다. 사무실로 돌아가서 내가 읽고 있는 주역(The book of change) 책의 저자 웹사이트(영한 사이트)를 알려주겠다고 하니 환영한다. 자기도 책을 한권 빌려주겠다고 한다. 제목이 'Change(변화)'라는 책인데 나의 후원자 아닐 파텔이 읽어보라고 주었다고 한다. 공교롭게 나도 변화에 대한 책을 나빈에게 소개했고 아닐 파텔도 변화에 대한 책을 그에게 소개를 했다. 이런 대화와 공감뒤에 우리는 서로 더 친해진 것 같다. 나빈이 아마도 나에게는 좀 특별한 인연이 아닌가 글을 쓰며 생각해 본다.

오늘은 밤에 아지트 파텔과 여기 IT 부서원들과 영화구경을 가기로 했다.

오늘은 늦게 일어난 탓에 수련 시간이 거의 없다. 간단히 몸만 풀어야겠다.

9월11일.  

*^^*---------------------------------------------------
작년 9월1일 날 여기 도착해서 12월 초순쯤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Project가 늦어져 지금까지 볼모(?)로 잡혀 있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밤 비행기 타고 돌아가니까 이제 여섯 밤만 보내면.... ^^

2시간 전에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집사람 친구들이 놀러 온다고 했거든요. 우리 집사람 쫓아 다닐 때부터 알던 친구들인데 그중 한 친구가 지난 해 유방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잘 된 것 같은데 ...
아무래도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 있을 겁니다.  전화를 하기 전에 무슨 말로 힘을 불어 넣어줄까 생각을 했는데 별 달리 할 말을 찾을 수 없더군요.

앞으로 힘내서 씩씩하게 살아야 해요 !!!
그러겠노라 대답을 하더군요.

도올 강연중 나온 얘기 한토막...

예수가 병을 치료하는 신묘한 능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이들이 그를 찾아 왔는데  그중에 한 환자는 예수를 한번 만져보기라도 하려고 빽빽히 둘러싼 군중들의 틈을 헤집고 어렵사리 그의 옷자락을 잡았습니다. 순간 그의 병이 나았습니다.
그때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를 보며 한 말씀.
'너의 믿음이 너의 병을 낫게 하였느니라.'

이 얘기를 들으면 한편의 감동적인 그림이 떠오릅니다.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여기와서 맞는 두번째 주의 월요일.

나를 이곳으로 불러준 IM(Information Management) General Manager(부장급) 아닐 파텔(Anil Patel)이 2주간의 관리자 Workshop을 마치고 돌아왔다. 반갑게 나를 맞으며 그동안 엄청나게 쌓인 이멜과 96건의 보이스 메세지가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자랑인지 엄살인지 모를 푸념을 늘어 놓는다. 그의 자리에 앉아있다 옆의 탁자로 밀려난 나는 그가 누구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엿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동료들이 찾아와 Workshop은 좋았냐고 부러운 듯(내 생각에) 묻는데 '남들은 내가 2주간의 휴가를 다녀왔다고 생각하는데 자기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변명처럼 대꾸한다. 여기서는 이 친구가 다녀온 Workshop이 임원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Director의 길을 약속 받은 것이다. 삼성에서 임원이 되면 22가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전 신문에서 기업마다 임원들 연봉차이가 최고 100배까지 난다고 조사된 걸 읽은 적이 있다. 언젠가 여기 한 친구가 현재의 CIO(Chief Information Officer)가 몇년 후 은퇴할 것이고 그때는 양손 가득히 돈가방을 들고 나갈 것이라고 몸짓까지 해가며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본사 임원도 꽤 대접을 받는 것 같다.

담배가 떨어져 식당 옆에 있는 담배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려는 순간 누가 등을 톡톡 치는게 아닌가. 돌아보니 여기 담배가 비싸니까 자기 것을 피우라며 입을 벌린 담배갑을 내민다. 여기 담배값은 엄청 비싸다. 4.5 파운드(1파운드가 1900원 남짓) 그러니까 대략 9천원 정도 한다. 담배를 권한 친구와 명함을 주고 받았는데 Senior Engineer(인도계 영국인)인 그는 내 타이틀을 보더니 '오 General Manager !' 하며 나직히 탄성을 지른다. 내게는 직급이 높은 사람에 대한 가벼운 경의와 경멸이 섞인 것 처럼 들린다. 나는 지사의 직책은 별 것 아니라고 애써 답했다. 본사의 General Manager는 지사의 사장과 대우가 비슷하다고 들었다. 내 명함 뒤에는 부장/이사대우에 해당하는 General Manager란 타이틀이 붙어 있는데 난 이게 싫어 이멜 뒤에는 항상 그냥 Manager라 쓴다. 지금 이사대우라 직원들은 이사라 부르지만 이것도 거북하다. 난 천성적으로 거품을 싫어한다. 거품이 낀 만큼 어떤 식으로든 나중에 토해낼 것이 있다는 걸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Group에서 상당한 파워를 갖게 될 아닐 파텔과 일하는 짬짬이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SAP도입 이후에 할 일이 별로 없게되는 나와 사쿠마상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고 그래서 이곳에 부른 것이란다. 우리를 지사의 SAP Champion으로 키우려 하는 계획이다. 그를 만난지 7년째 되는데 그는 매우 정치적이어서 나나 다른 동료들하고 있을 때와는 다르게 자기 윗사람들하고 있을 때는 말을 무척 아낀다. 어떨 땐 속을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나와 사쿠마상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대접할 때는 그냥 평범한 가정의 착실한 가장의 모습이 역역하다. 한편으론 나나 사쿠마에 대한 일종의 연민도 갖고 있는 것 같다.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에 진실이 담겨있는 것은 알 수가 있다. 거기에 자신의 다른 이해관계도 걸려있을지 모르지만... 영어가 많이 딸리는 사쿠마상은 여기와서 영어 개인교습도 받았다고 한다. (이걸 사쿠마상에게 확인해 보니 그는 겸연쩍은듯이 웃으며 내 머리를 톡 건드리며 부끄럽다고 했다.) 1대1 교습이라 돈도 적지않게 들어갈텐데 나도 원하면 보내주겠다고 한다. 본사 제너럴 매니저의 파워가 쎄긴 쎄다. 예산의 통제가 까다로운데 특히 지금은 반도체산업의 Downturn(경기침체) 기간이라 원가 절감한다며 법석을 떨었는데 이 사람들 돈 쓰는 걸 보니 여유가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에도 지배구조의 상층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예산과 별 상관없이 돈을 쓰는 것 같지만... 전체예산은 본사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그 범위 내에서의 분배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물론 간단한 조회프로그램 만들어 화일 하나만 뒤져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다. 왜 그러냐구요 ? 피곤하니까 ... ^^

한계는 있겠지만 이런 힘있는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한 3~5년 정도 다니다 명퇴하고 장사나 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2~3년 더 늘릴 수도 있지 않을까 ? ^^ 누군가가 나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글을 빌어 감사를 올린다.

요즘은 80년대 히트한 소설 '단(丹)'의 실제 인물인 봉우 권태훈 선생님(94년에 작고하심.)과 인연이 생기는 것 같다. 그 분 생전의 일화가 담긴 책을 읽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휘날리는 백발의 그 분 모습 보면 뭔가 찌릿하게 전해 온다. 연정원이라는 생전해 계실 때 부터 운영하던 수련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호흡 수련법을 카피해 놓고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16단계로 되어 있는데 1단계는 초보 입문단계로 호흡 보다는 20일간 매일 1시간 동안 정좌하며 일어나고 스러지는 생각을 관하는 것이다. 어제 처음 시도했는데 45분쯤 돼서 다리가 넘 아파 포기했다. 보다 깊은 단계에 가면 하루 아침저녁 2시간씩 총 4시간을 정좌하며 호흡 시간을 늘려가는데 한 호흡을 1분 정도로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이쯤되면 정신계의 초등학교 졸업수준이 된다 한다. 그러니 지금 나는 정신계의 유치원생이라 보면 딱 맞을 것이다. 결혼하기 전에 구독하던 선사상이란 잡지에 이 분 인터뷰가 실린 적이 있었는데 한 호흡이 2분 정도로 늘어나면 격벽투시(벽을 뚫어 보는 능력)가 가능해 진다고 한다. 이런 道가 아닌 術法들을 부각시키다 보면 자칫 선생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가 있는데 그래도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세상을 알리는데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1시간 동안 버텨볼까 한다.
그럼 또...

2002년9월10일

*^^*---------------------------------------------------
그저께(1월15일)는 사쿠마상과 함께 우리한테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 감사의 표시로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먼저 우리를 여기에 불러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아닐 파텔, 바쁜 가운데도 자신의 지식을 나눠주려 애 쓴 인도인 컨설턴트 아리야 그리고 잘 알고 지내는 친절한 다른 제너럴 매니저, 자마이카 흑인인 영국인 Howard Linton...

Crawley 인근의 Horsham에 타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내가 계산을 했다. 물론 내 돈이 아니라 내가 쓸 수 있는 회사예산에서...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아닐 파텔로부터 메일이 날아왔다.
어제 먹은 거 자기가 지불하겠다고 계산서 가지고 오란다.
나는 회사 비용으로 냈으니 걱정말라고 했다.
내 주머니 사정이 염려가 됐던 모양이다.
전에도 이런 식의 배려를 여러번 해준 적이 있다.
여기서 우리 딸아이들 학교보낼라고 했는데 잘 안돼서 하루 한시간씩 영어 가정교사를 불렀는데 그 비용의 반도 그 친구가 대줬다. (물론 자기 예산을 사용한 것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냉정하고 정치적인데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함을 지닌 친구다.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항상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고고한 척 살았고 혼자서 잘 놀기도 하나 마음 깊은 곳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틀간의 휴일을 앞 둔 금요일 저녁 호텔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썰렁함과 함께 고독의 냄새가 나를 질식 시키려는 듯 잠시 코끝을 스쳐 가슴을 파고든다.  오기전 게시판에 금촉수련하러 간다고 올린 글처럼 아마도 금촉수련이 시작되고 있나 보다.

하덕규의 가시나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고 ...'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바람은 인간의 외로움을 자극하나 보다.

하덕규는 강원도 산골에서 외로운 어린 시절을(아마도 부모와 떨어져..) 보냈지만 나는 부모와 형제 친구들 속에서 전혀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데 왜 이리 외로움을 잘 타는가 ? 남들도 다 그런가 ? 보통 사람들은 외로움을 애써 피하거나 느끼더라도 잘 표현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외로움과 슬픔을 안으로 삭혀 아름다운 노래로 승화시킨 가수 조동진의 '슬픔이 너의 가슴에...'

슬픔이 너의 가슴에 갑자기 찾아와
견디기 어려울 때 잠시 이 노래를 가만히 불러보렴
슬픔이 노래와 함께 조용히 지나가도록
내가 슬픔에 지쳐있었을 때 그렇게 했던 것 처럼

외로움이 너의 가슴에 물처럼 밀려아
견디기 어려울 때 잠시 이 노래를 가만히 불러보렴
외로움이 너와 함께 다정한 친구되도록
내가 외로움에 잠 못 이룰때 그렇게 했던 처럼.'

내게 조동진은 뛰어난 감성으로 서정적인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가수로 보이기 보다는 구도자로 보인다.
하긴 모든 사람은 다 구도자이다. 누구나 의식하든 모하든 변치않는 행복과 자유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상위 랭크된 TV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가 아닌 태음인 '나'는 그냥 가는대로 내버려두면 자꾸 안으로 움츠러 들고 수렴해 들어가면서 감상에 빠져 우울해 하곤 한다. 태음(가을)이 소음(겨울)으로 가는 것이다. 젊은 시절 한 때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겠다고 장담을 하고 다닌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림없는 소리다. 결혼을 안했으면 아마 사십도 못 넘기고 갔을 것이다. ^^

음양과 사상을 알게 된 뒤로 나의 이런 체질이 보다 분명하게 느껴진다. 즉, 나의 단점을 깨달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안다고 하는 것과 깨달았다고 하는 것의 차이는 행동이 뒤따르느냐 않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그것을 깨달았다고 말 할수 있는 것은 나의 단점을 극복해 보려는 구체적인 행동이나 다짐이 나의 생활 속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동안 친구들 많이 사귀고 외로워 하지 않고 재미있게 놀다 돌아갈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알고 지내는 친구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사람들 얘기를 해보기로 한다.

제일 나에게 잘 해주는 친구는 아프리카(케냐?) 태생 인도계 영국인 Ajit Patel이라는 RPG programmer로 나이는 30세 정도이고 Anil Patel이라는 나를 불러준 International IT manager의 조카이기도 하다. 현재의 Group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정보담당임원)가 몇년 뒤에 물러나면 그의 엉클인 Anil Patel이 그 자리를 승계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곳 영국뿐 아니라 미국까지 파다하다. 막강한 후원자를 업고 있는데 비해 이 친구는 별 기대를 않는 것 같다. 킥복싱을 좋아하고 좀 껄렁껄렁한 태도에 성격도 급해 보이며 다소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친구다. 유유상종이라 그런가 나하고 친한 이유가 ...

재작년 우리나라 왔을 때 내가 친절하게 해줘서 그런가 나만 보면 항상 뭔가를 해 주려 애를 쓴다. 이번 주말에 뭐할거냐고 물어보길래 이번 주말은 사양을 했다. 이 친구는 나의 사적인 생활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

지난 오월에 여기 왔었을 때 맥주를 마시며 인터넷을 이용해 백만장자가 되는 법을 (우리나라에선 이미 실패모델로 확인된) 가르쳐 주겠다는둥 허풍을 떨다가 이번에 만나서 백만장자 계획이 어떻게 되어 가냐고 물어 보니 반응이 시큰둥하다. 한번은 Freemason(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를 아느냐 물으면서 거기 가입하려 한다고 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프리메이슨은 전세계 정치,금융 및 언론계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계 비밀단체로 세계를 그들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야욕을 가진 미국을 뒤에서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로 역대 다수의 미국의 대통령과 많은 서양의 지도층 인사들이 이 단체의 회원이라 한다.

그러나 들은 얘기일뿐 난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단지 그 조직은 몇단계로 되어 있냐고 물었더니 33등급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조직에는 33개의 커튼이 쳐져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네가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하나의 커튼이 열리게 된다고 했고 다음 단계의 커튼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너는 잘 알 수 없을 것이라 말해 주었다. 이건 꼭 나쁜 뜻으로 하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조직은 그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 가정을 봐도 그렇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커튼이 있게 마련이다. 부모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가 자식들과 공유될 수 없기도 하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얘기가 너무 빗나가는군...

다음은 사쿠마 요시이라는 일본의 IT Manager에 대해 얘기하련다.
이 양반은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나한테는 큰형님 뻘인데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든다. IBM Japan출신인데 영어는 잘 못한다. 그는 전혀 서양 체질이 아니다. IBM에 있을 때도 외국인들을 피해 다녔다고 한다. 아들이 셋 있는데 큰 아들은 대학 졸업반이란다. 95년에 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공항에 바래다 주는 길에 시간이 남아 나고야성 구경을 시켜주었다. 그곳 박물관에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부터 안중근 열사에 의해 제거된 이등박문등 우리의 웬수들이 그들의 영웅이며 위인으로서 커다란 초상으로 걸려 있었다.

사쿠마상은 어찌보면 재미있는 사람이다. 어린 아이처럼 천진한 면도 있고 어제는 SAP System의 우리 같은 3세계 직원들에게는 오픈되지 않을 비밀스런 부분에 들어가 보았다고 마치 친한 친구에게 몰래 간직한 비밀을 털어 놓듯이 알려 주었다. 그들이(영국본사) SAP의 핵심적인 부분을 결코 동방의 오랑캐(동이족)이 접근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우리는 서로 동의 했다. (일본과 한국은 중국대륙의 한족과 다른 동이족으로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이란다.) 또한 어제 점심시간에는 우리의 앞날에 대해서 더듬거리는 영어로 얘기를 나누었다. SAP이 완전히 정착이 되면 자신은 조직에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 했고 2005년이나 2006년 정도면 짤릴 거라 말한다. (일본의 회사 정년은 60세라 한다.)

회사에 SAP이 들어 오면서 크게 변하는 것중 하나는 미국,일본,한국등 각 지역에 있는 기존의 ERP Server(IBM AS/400)와 ERP S/W들이 철거되고 SAP S/W와 Server는 영국 그것도 우리의 모그룹에만 설치되고 다른 곳은 네트웍을 통해 그곳 프로그램에 접근해 일을 한다. 다국적 기업의 일반적인 행태다. 따라서 우리는 핵심 Business를 지원하는 Server와 S/W를 잃게되고 역할의 중요성이나 할 일도 대폭 줄어들게 된다. 지사의 전산관리자들은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회사 그만두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기처럼 나이 든 사람은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먹고 살며 연금은 얼마나 되느냐고 계속 물었다. 이런 사생활 캐는 질문은 같은 동이족끼리나 서슴없이 되는 것이지 서양사람들 한테는 실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직감적으로 같은 동이족임을 알고 있었다. 암튼 이 양반이 좀 안돼 보인다.(어쩌면 내가 더 어려울 지도 모르지...난 연금도 못 받을텐데 ^^ 늘 와이프는 나의 이런 점을 지적한다. 자기 걱정이나 하라고 ...) 연금은 월 30만엔(300만원) 정도 된다고 하길래 먹고 살만하지 않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서로 다른 사무실에 앉아 있어서 점심 먹으러 가자고 찾아오고 담배 피우러 가자고 오고 자주 찾아온다. 같은 동이족끼리 소통하는 방식이다.어제 같이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토요일도 같이 일하자고 했다. SAP을 열심히 배우자 서로 다짐하며...동병상련인가 ^^

내가 몇년전에 SAP Korea에 지원하여 Interview까지 했었던 것이며 몇 달전에 헤드헌팅 회사로 부터 미국계 회사의 ERP Project에 대한 Job 오퍼와 함게 이력서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사양한 적이 있었던 일이며 나이든 사람에게도 기회는 올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실력만 있다면 나이는 극복될 수 있다는 신념을 얘기해 주었더니 나한테 'Aggresive(공격적인)'하다면서 담배를 하나 달라고 한다. 내 말에 매우 고무되었던 것 같다. 한 줄기 희망을 얘기 해주니 인지상정이라 고무될 수 밖에... 지금 10년째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에 대해 사쿠마상이 나이의 벽과 함께 느끼는 절망감이 어떠한가를 잠시 느낄 수 있었다.

사쿠마상을 통해 나빈(Naveen)이라는 미국에서 Java programmer로 B2B S/W 개발을 하는 인도청년을 만났다. 20대 후반의 나이로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고 가족은 인도에 있으며 5년째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순진하고 빛나는 눈빛을 가진 친구로 마음도 투명한 친구다. 그의 영어는 발음이 너무 나빠 처음엔 거의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누가 별로 말도 걸어주지 않는 3세계인들은 외로워서 그런가 서로 쉽게 친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동이족은 아니더라도 같은 아시아인으로서의 공유되는 정서가 분명 존재한다. 덜 개인화되었다는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난 인도인을 만나면 대뜸 내가 아는 인도의 구루(Guru,스승)들 얘기를 꺼내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런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통적인 인디안이 아니라 모던 인디안들이다. 나빈 역시 모던 인디안이다. 그런데 그는 열심히 믿지는 않지만 힌두교를 믿는다고 한다. 인도의 종교나 철학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은 없고 잡다한 키워드에 대해서만 알고 있는 나는 이것 저것 끄집어 내어 말하면 그는 쉽게 공감을 한다. 모든 길은 하나에서 만난다.

그는 모던이지만 자기들의 전통에 대한 애정이 살아있다. 그에게 강한 종교적 성향이 잠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몇년 전에 동서가 뒤늦게 신학대학 다닐 때 영어를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신학교재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아인쉬타인은 생전에 한번도 교회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그보다 더 종교적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많은 돈을 들여 법당을,성전을 짓고 신도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번 주 토요일 런던에 친구들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하길래 읽어야 할 책이 있다는 핑계로 사양했다. 다음에는 사양하지 말고 같이 어울리리라.

여기와서 몇개월 있는다고 영어가 저절로 느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자주 교류하고 다양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하고 있는 일이 혼자 SAP가지고 노는 일이라 그런 기회가 별로 없다. 사쿠마상이나 나빈의 영어는 공부에 별 도움이 안된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얘길 나누어야 한다.

건물내에서는 금연이라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전부터 안면은 있었는데 통성명은 하지 않았던 여자가 담배를 피우러 나온다.바람이 몹시 불어 그 여자가 있는 쪽으로 몸을 피하러 갔는데 그 여자는 날 보며 'Windy ! 바람이 세지 ?'라면서 말을 건낸다. 그녀 이름은 페이타, 독일에서 와서 지난 4월 부터 SAP Project team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상호간에 기본적인 호구조사 정보를 교환한 뒤 헤어졌다. 그 밖에 프랑스에서 온 여자도 있는데 앞으로 말도 트고 가능하면 술도 한잔할 기회를 만들어 볼까나 ? ^^ (근데 다 아줌마들이다.) 여기 아줌마들도 우리나라 아줌마 못지않게 대단한 것 같다. 그들은 가끔 사무실이 떠나가라 깔깔대고 웃어댄다. 아줌마들은 다 똑 같은가 ?

마지막으로 한 친구 더 소개하자면 조나산(정확치 않다.)이라는 한국계 독일인인데 75년에 태어나 1살까지 서울에 살다 독일에 입양되었다고 한다. 자기 형제중 하나는 일본인 혼혈인데 자기네 가족은 international family라 하며 웃는다. 한국어는 전혀 모르고 영어가 유창해 여기서 지금 프리랜서로 SAP(교재)의 독일어 번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월드컵은 역시 대화를 풀어가는 중요한 키이다. 그 친구 월드컵보고 매우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Be the Reds' 티를 구하려 하다 재고가 없어 사지 못했다고 한다. 월드컵으로 인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데 자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입앙아에 대한 연민이 발동하여 명함을 건네주고 한국에 오게 되면 연락하라 했다.

이 친구하고도 술 한잔 하면서 보다 밀도있는 사는 얘기를 나눈다면 나의 영어공부에 큰 도움이 될 뿐더러 해외입양아인 이 친구에게도 고국에 대한 이해를 높히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오늘 저녁은 나빈과 함께 사쿠마상 숙소에 가서 저녁을 지어 먹기로 했다. 그때까지 주역 팔괘장을 다 떼어야 할텐데...

2002년 9월8일 일요일 새벽.

*^^*--------------------------------------------------
인도청년 나빈은 베지테리언, 채식주의자다. 종교적 영향인가 물었더니 자기 친구의 영향을 받아오다 어느날 갑자기 동물들을 죽이는게 싫어서 채식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고 한다.

혹시는 혁대와 구두는 가죽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계란은 먹는다고 한다. 계란은 생명이 아니라고 자의적 판단을 내리는 것 같아서 계란에 병아리의 영혼이 언제들어가는지 알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에 대한 예를 설명해주는데 그들은 공기 속의 세균이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일종의 섭취)을 막기 위해 천으로 코를 가리고 다닌다고 한다.

이쯤되면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지름길을 타게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여유를 취하는 나빈은 영리한 친구다.

집으로...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5개월간의 이곳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외로움에도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고요.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제트래그(Jetlag)라고 부르는 시차병으로 오늘도 새벽에 잠이 깼다. 3시. 어제는 4시 눈이 아프다. 하루종일 노트북 스크린의 깨알만한 글씨들과 씨름을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SAP Client s/w의 깨알은 아무리 해상도를 조절해도 요지부동 커지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중에는 그런 깨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이 일기를 우리 와이프에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피우는 담배 때문이다. 핑계겠지만서도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보통 때보다 머릴 많이 써야 하니까... 역시 핑계군. ^^
그것보다 나의 여린 마음은 지금의 환경에서 쉽사리 동요를 일으킨다. 어찌보면 담배를 끊는 것은 간단하다. 평상심을 유지하면 담배로 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평상심이...

디지탈과 아날로그.

내가 갖고 있는 일종의 화두(話頭)다. 뭔가 깨닫기 위해 혹은 풀기 위해 메모리(RAM)에 항상 상주시켜 놓은 의문.
현대 문명의 첨단은 디지탈이 이끈다. 그리고 반대의 극인 태초는 아날로그이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서양문명(우리 주변에 동양문명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있는가 ?)은 뽀송뽀송한 잘 구조화되고 세밀하게 분화된 디지탈을 지향한다. 반면에 동양문명은 끈적끈적한 아날로그를 지향 아니 지향이라는 표현은 서양적 표현이고 머물고 있다고 해야 할 까 ? 암튼...

이곳 나의 생활 속에 이 양자가 공존하고 있다. 사무실 출근하면 그야말로 거긴 디지탈문명의 첨단이다.
다루는 것도 컴퓨터, SAP이라는 고도의 복잡성을 가진 S/W 그리고 잘 구조화된 그들의 문서들 Documentation, Definition, Process,조직 그리고 일하는 방식등등.... 그리고 내 노트북의 Windows XP 역시 첨단 디지탈 문명의 산물이다. 일하는 방식도 한국사람들에 비하면 개인화가 잘 되어 있다.  그러나 회의를 할 때는 협력도 잘 되는 것 같다. 즉 흩어지고 모이고 하는 일의 형상에 뽀송뽀송한 분명함(규칙)이 있다. 분화된 세부로 유기화된 조직을 만들려니 당근 좋은 Rule과 그에 대한 엄격한 서약이 필수다.
(반면의 한국사람들은 선을 긋기 분명치 않은 애매모호함 그런 끈적끈적함이 있다.)

호텔에서의 생활은 새벽에 일어나 몸의 굳은 부분을 풀기 위해 20분정도 도인체조를 하고 나머지 한 2~30분간은 명상을 한다. 아날로그적 생활이다. 어제 새벽 명상중에 내가 가야할 길(수련)에 대해 어렴풋이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이걸 빠짐없이 흔들림없이 계속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스승을 따를 것 같지는 않고 나홀로 길을 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인생 공부에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몸공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우선 오래 살아야 뭘해도 하지 ...^^)

둘째 마음공부
명상이나 참선을 하는 것이 그럴 듯한 마음공부일 것 같으나  내 생각에는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상황들과 부대끼고 느끼면서 고뇌하고 모색하고 하는 일체의 과정이 더 큰 마음공부다.

셋째 돈공부
우선 돈이 없으면 뭘 하기 참 힘든 세상이다. 기본적인 의식주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나는 이 세마리 토끼를 다 잡을 욕심에 사로잡혀 있다.
부디 내가 이 세마리를 모두 품에 안을 수 있길 빌어본다.


2002년 9월 5일 Crawley에서...

*^^*----------------------------------------------------------------------------
불과 4달전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무지막지한 욕심을 부렸군요. ^^
지금은 그때 하고는 사정이 많이 다르네요.  변덕인가요 ? 글쎄요 ?
모든 변화는 그야말로 모든 변화는... 크게 보면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그건 성장/발전을 수반합니다.

오늘(1월12일) 아침 일어나 TV를 켜니 비지스(Bee Gees)의 3형제중 모리스 깁슨이 수술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BBC 톱으로 나오는군요. 미국 마이애미라고 하는데 리포터가 병원 앞에서 보도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6천4백만장의 앨범이 팔렸다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은데 이 정도까지는 ...아침에 회사가는데도 라디오에서 계속 얘길하는군요. 비지스가 영국출신인가요 ? 그런 거 같진 않은데...

올드팝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비지스 노래 한 두 곡은 좋아하실 겁니다. 저는 그들의 많은 노래들중 'Holiday'가 가장 인상이 깊네요. 중학교 때 첨 들었는데 그 당시 음악으로 볼 때 멜로디가 좀 파격적이었던 같습니다. 묘한 매력을 가진 기괴한 멜로디와 목소리...

박중훈이 열연한 '인정사정 볼것없다'에서 테마곡 나오죠.
곤청색 승용차 안에 앉은 검은 썬글라스의 킬러들, 그 위로 노란 은행 잎이 떨어지고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아이 그리고 갑작스런 바람,비,검은 우산 이어서 붉은 피...
비지스의 'Holiday'가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일어나는 살인사건 ...
이걸 묵시적 아름다움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

모리스 깁슨은 올해 53살이라 하네요. 아직도 한창 활동할 나이인데...  근자에 재혼한 부인 사이에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젊은 나이긴 하지만 하고 싶은 음악 할 만큼하고 돈 많이 벌어 놓아 남은 처자 걱정없고 인기도 누릴만큼 누리고 갔으니 큰 한은 없겠지요.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일요일 영국으로 출발합니다. SAP이라는 기업용 S/W 설치 Project에 test 참가 요청을 받았습니다.
12월경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장기 출장은 첨이라 좀 부담도 됩니다. 와이프와 새끼들도 보고 싶고 된장찌게 생각도 많이 날텐데... 참아야죠.

神仙되기 위해 거치는 3 가지 큰 수련이 있는데 그중에 금촉(禁觸)수련이란게 있습니다. 상념을 일으키는 것들과 일정기간 접촉을 끊는 수련이죠.  그럼으로써 진정한 자기 내면과 피할 수 없는 대면을 하게 되겠죠.  단군신화에 곰이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로 살다 나와 인간이 되었다는 얘기가 바로 금촉수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전 아직 그 비슷한 것도 해본 적이 없지만 빛을 포함한 모든 것으로 부터의 완전 고립에 따른 막대한 고통과 그 후에 얻게되는 광명이랄까 통찰이랄까 그런 것들에 대해 상상은 해봅니다.

이번 출장은 가족과 떨어져 있음으로 인해 아주 가벼운 금촉의 효과를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후에 조금이라도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되면 좋겠네요.

아울러 SAP이라는 영양가 있는 S/W를 알게 됨으로 생기는 이익도 챙겨와야죠. 내가 예상하는 직장생활 수명이 한 2년 정도 더 늘어날 것 같군요. ^^

몸은 멀리 있어도 사이버상으로는 계속 볼 수가 있으니 열분들은 아무런 차이도 느끼지 못하겠죠.

천안에서
2002년8월30일.

* ^^ * -----------------------------------------------
작년에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만난 어느 역술인 한테 사주를 본 적이 있었는데 외로움을 잘 타는 사주라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삶이 왜 그런가가 확연히 이해가 되더군요. 자라난 환경으로 보면 부모슬하에서 위로 형 아래로 여동생,할아버지 주변의 친척들 하등 외로움을 탈 이유가 없는데 ...  물론 겉보기는 멀쩡해도 집안 내력은 좀 복잡해서 불화가 있긴 했지만요.  전생에 적지않은 죄업이 있는 탓인지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쓸데없는 근심과 불안, 많은 생각들로 점철된 인생살이였습니다.

영국본사로 부터 3~4개월 일하러 오라는 청을 받고 한편으론 직장 생활 말년에 좋은 기회가 왔구나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수개월간 가장이 없는 집 식구들에 대한 자잘한 걱정에다 홀로 있으면서 겪게 될 쓸쓸함에 대한 두려움등등으로 심사가 복잡했습니다.

지금 직장을 7,8년 다니면서 거의 일년에 한번은 영국을 왔습니다. 보통 일주일간을 호텔과 회사를 오가며 지냈는데 그 일주일도 견디기가 쉽지 않았던 저로서는 그런 걱정이 없을 수 없었겠죠.

단전호흡이나 仙道에 깊은 관심을 갖고 수련(본격적인 것은 아니고...)을 해왔는데 그런 성격에 대한 반대급부랄까 두려워하면서도 금촉수련에 대한 매력(?)을 느껴왔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습니까 ?  무서워하면서도 자꾸 들여다 보고 싶어하는 심리. 암튼 이 문제는 하늘이 저한테 내려준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그걸 내가 풀어낼 수 있을까 ?

앞으로 연재될 일기는 그런 개성을 가진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일기입니다. 이미 써 놓은 글을 손질하여 올리는 것이지만 가끔 영국사람,문화등 나름대로 느낀 바를 글로 옮겨볼까 생각중입니다.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글을 쓴다는 데는 남한테 보여준다는 전제가 따르고 그러다보면 자꾸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어 생각이 많아지고 가뜩이나 요즘 십이지장궤양이 도져 속도 아픈데....

영국에 있다고 하니까 아줌마들이 알고 싶으신 게 많은 것 같아 그냥 가만히 있자니 그것도 은근히 압력으로 작용하네요. ^^  그동안 어느 직장인 동호회에 영국일기라고 써 올린 게 있는데 그 때는 일만하던 때라 그야말로 나의 신변잡기에 가까운 글들을 써서 영국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계신 분들은 별로 건질 것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영국을 본격적으로 돌아다닌 건 가족이 합류하고 나서인데 이때는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 글 쓸 여유가 없었고...

대학때 그러니까 20여년 전에 문학사상이라는 잡지를 봤는데(문학청년이라서 본 게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잡지 보게된 것임.) 거기 지금 민주당 김한길의원의 '미국일기'가 연재되고 있었습니다. 김한길 부부가 미국에 건너가서 고생하면서 주경야독하는 얘기인데 그때 그 글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걸 흉내내서 '태호의 영국일기'라고 써봤는데 제 글은 가는대로 내버려 두면 자꾸 심각해지고 무거워져서 가라앉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별 인기를 못 끌었습니다.

반면에 원종규님의 '미국 이야기'를 보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글로 객관적이면서 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여행기를 쓰려면 저렇게 써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저는 글을 올릴 생각을 접고 있었죠.

작년 9월 1일에 집을 떠나 여기 5개월째 생활하고 있고 중간에 가족들(처와 딸 둘 그리고 막내 아들 하나)이 와서 두달간 같이 지냈죠. 큰 애 중학 진학때문에 가족들은 지난 12월에 돌아 갔구요. 저도 이 달 24일 날 돌아갑니다.

넘 기대는 마시고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다양한게 좋은 것이여~ 하는 차원에서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台湖.

신고
Posted by 대흠
영국 본사에 일 때문에 와서 런던 남쪽 차로 한시간 거리의 Crawley(크롤리)란 작은 도시에 5개월 째 살면서 영국 남부 지역을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런던을 비롯해 남부 해안가 Briton(브라이튼), 런던 동쪽으로 Dover(도버해협), 서쪽으로 Wales, 그리고 북쪽으로 영국의 수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캠브리지와 옥스포드등...

영국의 사람과 문화에 대한 느낌이 없을 수 없겠죠 ?  

그걸 간직만하고 요약하거나 단정하려 하지 않았는데, 2002년 마지막 날 비록 14인치 TV를 통해 봤지만 버킹검궁의 음악공연을 보며 받은 감동은 그 느낌을 글로 옮기려 하지 않는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군요. ^^  내가 보고 느낀 바를 느티나무 언덕의 친구들과 나누는 일도 뜻이 있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이 공연은 내가 그동안 이 나라에 머물며 가졌던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2시간 반만에 요약을 시켜 버렸습니다.

70년대 말인가 80년대 초인가요, 싸이먼과 가펑클의 뉴욕 쎈트럴파크 재결합 공연을 감동적으로 보고나서 바로 공연실황이 담긴 더블 앨범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때부터 영국의 락과 팝을 들으며 자란 세대로서 이번 공연의 감동도 그에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이었죠. (아마존에 DVD를 팔고 있네요. 플레이어는 아직 없지만 하나 사놔겠어요.)

공연은 작년 6월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축제(Queen's Golden Jubilee) 기간중 열린 것으로 1부는 클래식과 2부는 대중음악가들이 나와 공연을 했는데 TV 녹화는 대중음악 부분만 보여주더군요. 버킹검궁전( Buckingham Palace)은 영국 여왕이 사는 곳으로 런던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복궁과 같다고 할 수 있죠. 여기 있는 동안에는 버킹검궁전을 개방하지 않아 밖에서만 잠깐 들여다 봤는데 TV로 본 버킹검 궁전은 한 가운데 큰 광장이 있고 입구에서 광장까지의 긴 진입로가 있는데 광장을 포함하여 진입로를 만이천명의 청중이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하여 알게 된 것으로 무려 200만명의 국민들이 무료입장권을 신청하였는데 그중 만이천명만이 뽑혔다고하는군요.

이 공연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황태자, 그리고 고인이 된 다이아나 황태자비의 두 아들 그리고 토니 블레어 총리 부부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기타의 신이라 불리우는 에릭 클랩튼, 엘튼 존,박력이 넘치는 목소리의 톰 존스,60년대(?) 우리나라 이대강당 공연에서 지금의 오빠부대를 무색케 하는 젊은 여성들로 부터의 열광을 받았다던 클리프 리차드,늙었어도 청춘의 끼는 여전합니다. 그리고 신세대 가수들등 영국을 대표하는 팝과 락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Queen의 리드기타 브라이언 메이가 버킹검 궁전 지붕위에서 기타 솔로로 연주한 'God Saved the Queen'을 시작으로, 살사댄스인가요 ? 댄스음악으로 유명한 리키마틴, 그리고 영국의 신세대 여성보컬(여기도 우리나라 SES나 핑클같은 Group이 인기더군요.) 여기 신세대 가수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댄스그룹이든 아니든 간에 다들 가창력이 좋은 것 같습니다. 여기 가수들한테 노래는 기본인 것 같습니다. (큰 딸래미 말로는 댄스는 우리가 낫다고 하더군요 ^^) 그리고 발라드 가수인 Will Young, 영국의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20대로 보이는 준수한 외모에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한 듯하며 가창력이 뛰어나다곤 할 수 없지만 노래를 참 잘 부르는데 저도 그저께 수퍼에서 이 친구 CD를 한장 샀습니다. 곡들을 보니 비틀즈이 'Long and Winding Road' 등 옛노래들을 멋지게 리메이크 하여 줏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올드팝 세대인지라 앞 부분은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더군요.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브라이언 아담스, Heaven이라는 곡으로 유명하죠, 아마 Heaven에서의 중후한 보컬이나 사운드에 비해 공연에는 통기타를 치며 소프트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또 누구냐... 기억이 잘 안나는군요...  중간에 젊은 여가수가 비틀즈의 Long and Winding Road를 부르는데 노래는 좀 불안한데 피아노,바이올린,통기타등 언플러그드 반주에 노래가 워낙 좋아서 기억에 남는군요. 우리나라도 리메이크가 좀 유행을 하는 것 같은데 여기는 정말 리메이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수십년 지난 비틀즈의 'Long and Winding Road',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등의 리메이크 버전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브라이언 아담스에 이어 톰 존스가 나오는데 사회자가 Mr. 라는 호칭을 붙이더군요. 원로 가수에 대한 예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 엘튼 존이 나왔다고 하는데 웬지 저는 못봤네요. (저녁 지으러 아래 층에 내려간 사이에 나왔나 ?)  한달여 전쯤 이곳 TV에서 엘튼 존과 어느 교향악단과 함께 커다란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하는 걸 봤는데 그의 이름 앞에 아마도 영국왕실에서 부여하는 Sir(경)를 붙이더군요. 조금 놀랐습니다. 그가 뛰어나 재능과 많은 히트곡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아는데 그 정도까지 영국에서 존경받는 인물인지는 몰랐습니다.  
중반에 접어들면서 영국의 락그룹중 빼놓으면 영국민들이 섭섭해 할 Queen이 나옵니다. 4 옥타브를 오르 내린다던 폭발적인 가창력의 프레디 머큐리가 빠졌지만(여러 해전에 에이즈로 사망했죠.) Queen의 인기는 아직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 하는 노래가 Queen의 20여년전 히트곡 '보헤미안 랩소디' 였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앞의 가수들은 한 두곡 부르는데 비해 Queen은 무려 5곡인가 부르더군요. 리드 싱어가 없어서 다른 가수들이 교대로 나와 불렀는 앞서 말한 신세대 Will Young이 우리 젊은 세대도 잘 아는 'We are the Champion'을 부르고 'Radio GaGa'라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노래는 브라이언 메이가 직접 부르는데 이 노래의 후렴에는 모든 청중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열렬하게 호응을 하고 마지막으로 Queen의 대작 '보헤미안 랩소디'는 두 명의 가수(아무래도 프레디 머큐리를 커버하려면...)와 스무명이 넘어 보이는 코러스가 화려한 복장으로 나와 부르는데 라이브는 대개 소리가 뜨는 경향이 있는데 스튜디오 녹음과 거의 차이가 없는 완벽한 코러스가 재현이 되더군요.
아~ 제가 무지 좋아하는 노래라 그런지 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기타와 코러스 비록 프레디 머큐리의 애절하게 때로는 미친듯이 절규하는 보칼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

그 다음인가요 ?  세계적인 락 기타리스트로 정교하고 능숙한 연주에 있어서는 최고의 대가라고 하는 이름만 익히 알고 있던 50대 후반쯤 된듯한 오지 오스본(헤비탈 그룹 블랙 사바스의 리드 싱어)이 긴 생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나와 기타 연주보다는 노래를 하더군요. 이어서 몇몇 가수들이 나왔는데 기억에 없고 제가 아는 대가들만 주로 꼽으면 필 콜린스, 로드 스튜어트, 조 카커, 그리고 에릭 클랩튼등이 나와서 여러 곡을 불렀습니다.

에릭 클랩튼을 볼 때마다 여러 해전에 미국의 어느 고층빌딩 54층인가에서 떨어져 죽은 4살짜리 아들과 그를 그리며 쓴 'Tears in Heaven'의 애절한 가사와 곡조로 연민을 느낍니다. 어두운 색의 싱글에 동그란 안경 그리고 깎지않아 적당히 자란 수염의 노장. 슬픔을 딛고 멋진,흐르는 듯한 기타연주와 노래에 몰입하는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냅니다. (김수철씨 생각이 나더군요. 기타치는 모습,동그란 안경, 짧은 스포츠 머리등 아주 똑 같습니다. 키는 많이 차이가 나지만...^^)  

에릭 클랩튼에 이어 (아마도 인기와 실력,연륜 이런 것등을 고려해서 순서를 정한 듯)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갔어도 링고스타와 함께 남은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달랑 기타 반주만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난 후 뒤로 물러나 전자피아노 앞에 앉아 에릭 클랩튼과 협연을 합니다.

공연이 끝날 무렵 인자한 모습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황태자, 두 아들(큰 아들은 정말 착하게 생겼습니다. 그를 보면 고인이 된 다이아나 황태자비가 왜 그렇게 많은 국민들로 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았나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과 토니 블레어 총리 부부 그리고 출연한 모든 가수들이 무대 위로 올라 옵니다. 여왕은 출연한 가수들을 일일이 격려를 해주고 찰스 황태자는 오늘의 공연은 오래 기억될 것이라며 음악을 통해 United Kingdom의 긍지를 일깨우는 연설을 했습니다.

그만큼 대중음악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피날레는 역시 비틀즈가 장식을 하더군요. 존 레논은 갔어도 폴 매카트니는 아직 건재합니다. Hey Jude를 모든 가수들과 청중들이 합창을 합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버킹검궁 위로 빛나는 조명 오가고 궁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팔을 들어 좌우로 흔들며 합창을 하고 토니 블레어의 부인은 얼마 전에 아들이 뭔 사고를 쳤는지 TV에서 나와 국민들 앞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해명을 하더니만 오늘은 마냥 즐거운 듯 춤도 춰가면 즐깁니다. 청중들을 얼핏보니 10대는 별로 없는 것 같고 20~ 60대까지의 청중들이 노래에 맞춰 춤과 박수로 하나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공연은 많은 유명한 아티스트가 참여한 것에도 의미가 있겠지만 콘서트의 장소가 영국의 여왕이 살고 있는 뜰에서 이루어졌다는 데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적 성향을 가진 저로서는 합리적인 사람들의 왕실에 대한 비합리적인 충성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이제는 적어도 심정적으로 이들이 왕실에 대해 갖고 있는 존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존경과 사랑에  항상 합리적 이유가 따르는 건 아니겠죠.)

탄탄한 대중음악 자산과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들을 보며 우리의 것들과 확연히 비교가 되더군요. 잘 보존되어 온 많은 역사적 유적만큼이나 대중문화 자산에서도 풍부함, 다양함 그리고 저력을 느끼게 한 공연이었습니다. 이곳 TV에서 매주 금요일 방영되는 Top of the Pops란 영국의 차트 프로그램을 보면 댄스,힙합,발라드등과 함께 열중 2팀은 Rock band가 나옵니다. 반면에 십대들의 판으로 획일화 되어버린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를 보면 너무 안타까운 생각입니다.

몇해 전에 기자가 조동진씨의 인터뷰 중에 요즘 판을 안 내냐고 물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진만 찍으러 다닌다고 하더랍니다. 사진도 좋아해서 찍는 것이겠지만 아름다운 노래들을 만들고 불러야 할 재능과 소임을 가진 사람들이 그저 취미생활이나 하도록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입니다.

지금 이 느티나무 언덕에 더 많은 나무들이 들어서고 그것들이 모여 숲을 이룰 때 쯤이면 우리도 그런 문화적 풍요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2009.12월에 추가함.^^)


신고
Posted by 대흠